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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부터 창작한 <소용돌이> 연작을 위한 글이다.

 

 

불편한 휴식

 

 

여러 가지 이유로 마음이 괴로워진다. 어떨 땐 너무 괴로워서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고 괴로워진 이유가 새록새록 생각나 더욱 괴롭다. 눈을 감기도 하고 눕거나 벽에 기대는 등, 보통 사람이 편해지는 자세를 취해도 마음이 편해지지 않는다면 그 휴식마저도 나에겐 고통이다. 이러한 상황은 내 마음 상태를 직시하고 왜 마음이 괴로워졌는지 문제의 이유를 찾아 골몰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또한 마음이 편해질 때까지 해소되지 않기에 고통스럽지만 스스로에 집중하는 시간이므로 소중한 경험이 된다.

쉬면 마음이 고통스러운 순간이 곧 없어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이 마치 돌덩어리처럼 무게를 지니고 나를 짓누르는 것같이 느껴진다. 나는 마음이 괴로워서 휴식을 취해도 불편한 순간의 나의 심리와 그런 나의 고통 받는 모습을 뭉개진 얼굴을 통해 표현한다.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투박한 붓질로 얼굴의 사실적인 표현을 피하고 얼굴이 뭉개지거나 일그러지도록 그린다. 일부 그림에서는 붓질을 부각하여 물감이 얼굴을 덮은 것처럼 표현한다. 즉, 이목구비의 실제 형태와 피부 질감의 묘사보다는 그의 심리상태를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고 어두운 마음 상태를 어두운 색상과 투박한 붓질을 통해서 표현한다. 나는 이러한 표현이 괴로워진 마음 상태에 가장 가까운 시각적 이미지라 생각한다.

그림에 그려진 얼굴들의 모델이 따로 있지는 않다. 밑그림 단계에서 참고한 사진이 있는 그림도 있으나 대부분 그림을 그리는 순간에 머릿속에서 떠오른 인물들을 빠른 붓질로 그렸다. 찡그린 표정과 같은 구체적인 표정을 보이는 그대로 그리는 표현은 노골적이고 단순한 방식이라고 판단하여 하지 않았다.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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