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노트 (2011-2018)

2011년~2015년: 불특정 인물, 어두운 감정, 낮은 색채

2011년부터 2014년까지는 특정한 모델이 없는 상상 속의 인물들의 어두운 감정을 채도가 낮은 색채로 표현하였다. 2014년의 <소용돌이> 연작으로 마음이 괴로워서 휴식을 취해도 불편한 순간의 심리와 고통 받는 나의 감정을 뭉개진 얼굴들을 통해 표현한 것이 대표적이다.

2015년~2016년 : 남동생, 남동생 얼굴을 통한 자화상

2015년 부터 나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준 인물인 남동생을 자주 그림의 모델로 그렸다. 남동생은 나를 닮았기 때문에 그 얼굴에서 자아를 찾을 수 있었고, 생물학적 성을 바꿔보는 상상을 하며 나의 남자버전을 그려낼 수 있었는데 이는 자화상으로 연장되고 확장된 의미를 갖는다.

2017년: <미지수의 드라마> 인생의 출발점에 선 청년들을 표현

2017년에는 본격적으로 본인의 길을 모색하고, 나아가기 시작한 청년들의 상황과 감성을 ‘여행자’에 비유하여 여행가방 등의 소품과 미지의 배경을 상상하여 표현했다.

2018년 상반기: ‘요란한 자장가’ 심야 시간 특유의 감성과 내면으로 오롯이 집중한 상태를 시각화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베르테르의 여러 품성을 지닌 청년들을 소재로 작업했다. 첫 개인전 <요란한 자장가>의 회화들은 상황과 장면이 구체적으로 묘사된 밤에 자신의 감정과 내면에 빠져든 청년들을 재현한 작품들이었다.

2018년 하반기: 그리스 로마 신화, 운명적 인물, ‘악타이온’, 동물 초상, 높은 채도

전작의 청년들 대신 신화에 나오는 악타이온과 같이 운명적인 상황에 직면한 인물의 순간적인 감정을 시각화하기 위해 동물들이 등장했다. 구체적인 묘사에 치중하기 보다는 해석의 여지가 풍부하도록 시각적으로 붓의 움직임을 추적하며 강한 인상을 받을 수 있는 회화 표현을 고민했다.

일반적 캔버스 아닌 사물에도 ‘회화’ 창작

일부는 캔버스가 아닌 일반 사물에 그려지기도 했다. 유리병과 캔, 종이가방 등에 회화적인 바탕을 만들고 그 위에 채도가 높은 색들을 몇 개의 붓질을 이용해 표현했다. 이는 많은 작가들이 갖고 있는 매체의 한계에 대한 비판적 의심에서 시작된 질문과 실험의 차원에 입각한 나의 새로운 시도로, 지금까지의 작업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왔던 붓질과 더불어 평면에 그려졌던 작업의 입체화도 시도해 보고 있다.

 

 

 

 

요란한 자장가: 고통이 잠들기를 바라는 자장가

마음이 괴로워서 휴식을 취해도 불편한 순간의 심리와 고통 받는 나의 감정을 뭉개진 얼굴을 통해 표현한다. 투박한 붓질로 얼굴의 사실적인 표현을 피하고 뭉개지거나 일그러지도록 그리면서 물감이 얼굴을 덮은 것처럼 표현한다. 이목구비의 실제 형태와 피부 질감의 묘사보다는 인물의 심리상태를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고 어두운 마음 상태를 어두운 색상과 투박한 붓질을 통해서 표현한다. 이러한 표현은 얼굴의 ‘표정’이, 사진이나 실제 인물의 얼굴을 보아도 결코 같을 수 없는, 회화에서만 접할 수 있는 방식인 물감의 물질성으로 발현되는 것에서 기인한 것이다. 나에게 ‘표정’은, 주제나 내용을 시각적으로 표현함에 있어 매우 핵심적인 요소이다.

2015년부터 그림들에 특정한 모델이 등장한다. <소용돌이> 에서는 모델 없이 상상의 인물들을 표현적으로 그렸지만, 이 때부터는 ‘남동생’이라는 실제 모델을 만들었다. 지금껏 같이 살아온 경험을 토대로 한 그에 대한 총체적인 인상이나, 20대 청년으로서 그가 군복무를 하게 된 것 등의 개별 사건은 그림의 소재가 된다. 인생에서 많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했던 사람으로서 남동생의 얼굴은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지표나 힌트를 제공한다. 남동생은 나를 닮았기 때문에 그 얼굴에서 자아를 찾을 수 있었고, 생물학적 성을 바꿔보는 상상을 하며 나의 남자버전을 그려낼 수 있었는데 이는 자화상의 연장되고 확장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작년부터는 인물의 감정 표현과 그에 따른 순간적인 인상을 포착하는 것을 넘어 좀 더 ‘서사적인 것’도 그림에 담아내고 싶었고, 주로 얼굴로 한정해 그려왔던 회화의 소재들을 확장하고자 했다. 최근 개인전 <요란한 자장가>의 그림들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 문학 작품을 모티브로 삼아,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과 그의 주변 풍경 등을 더 구체적으로 상상하여, 문학적인 요소 등 여러 배경적인 것들이 복합적으로 화면을 만들어내고 있다.

 

 

 

2018. 07

Taehoo 
Jung

 © 2019 by Taehoo Jung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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